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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고전과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제(時制)라는 사실입니다. 공자의 사상이 서주(西周)시대 지배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오늘의 시점에서 규정하여 비민주적인 것으로 폄하 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공자의 인간 관계를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의 인권 사상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우리의 고전 독법은 그 시제를 혼동하지 않음으로써 인(人)에 대한 담론이든 민(民)에 대한 담론이든 그것을 보편적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점이 고전의 담론을 오늘의 현장으로 생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역사에 있어서 최대의 이데올로기로 군림해온 사상이 유가 사상이고 그 중심이 공자이고 『논어』입니다.
반대로 공자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연구물도 많습니다. 한편 공자 사상을 정반대의 관점에서 조명하기도 합니다.
인(人)과 인(仁)의 의미는 물론이며 군자(君子) 소인(小人)의 개념도 그것을 계급적 틀에 가두지 않고 윤리적 개념 하나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해석함으로써 공자 사상을 만세의 목탁으로 격상시켜놓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 지점에서 합의해야 하는 것은 고전와 역사의 독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제(時制)라는 사실입니다. 공자의 사상이 서주(西周)시대의 지배 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오늘의 시점에서 규정하여 비민주적인 것으로 폄하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고전 독법은 그 시제를 혼동하지 않음으로써 인(人)에 대한 담론이든 민(民)에 대한 담론이든 그것을 보편적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관점이
고전의 담론을 오늘의 현장으로 생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논어』에서 읽어야 하는 것은 사회 변동기에 광법하게 제기되는 인간 관계에 대한 담론입니다. 『논어』는 인관관계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모든 개념은 인간이라는 두 개의 범주가 인간관계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사회는 인간관계의 지속적 질서라 할 수 있으며, 이것의 사회적 존재 형태가 사회 구성체의 본질을 규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예제 사회, 봉건제 사회, 자본주의 사회가 바로 인간관계에 의해서 규정되는 것이지요. 사회 변화 역시 그것의 핵심은 인관관계의 변화입니다. 『논어』에서 가장 귀중하게 읽어야하는 것이 바로 이 인관관계에 관한 담론입니다.
가장 감명깊에 읽은 책 두 권으로 바로 『자본론』과 『논어』를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이질적이라 여기실 수 있습니다. 이 두 책은 사회 관계를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동질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계급 관계는 생산 관계이기 전에 인간관계입니다. 제도의 핵심 계념도 인간관계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것에 관한 담론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점을 정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옛 것과 새로운 것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안다” 이 구절을 다시 읽어보는 까닭은 먼저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재조명하려 합니다. 시간에 대한 우리의 관념은 매우 허약하고 잘못된 것이지요.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과거 현재 미래가 각각 단절된 형태로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개념은 사유(思惟) 차원에서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시간을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는 것은 결코 객관적 실체에 의한 구분일 수가 없습니다. 하나의 통일체입니다. 『논어』 이 구절에서 읽어야 하는 것이 바로 그러한 통일적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구절은 어디까지나 진보적 관점에서 읽어야 합니다. 과거와 미래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하고 온고(溫故)함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지향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온고보다는 지신에 더 무게를 두고 나아가는 뜻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릇이 되지 말아야
군자불기(君子不器) - 위정(爲政)
여기서 그릇의 의미는 특정한 기능의 소유자란 뜻입니다. 군자는 그릇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구절의 의미입니다. 베버의 기(器)는 한마디로 전문성입니다. 그가 강조하는 직업윤리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막스 베버의 자본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전제하고 그것을 합리화시키는 논리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읽은 사람이면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을 동력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뛰어넘고 그것의 대안적 모색에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도 전문성을 강조하기는 막스 베서와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성은 효율성의 논리이며 경쟁 논리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자본가는 전문성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전문화를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한 자본가들의 공통적인 특징입니다. 오늘날 요구되는 전문성은 오로지 노동생산성과 관련된 자본의 논리입니다. 결코 인간적 논리가 못 되는 것이지요.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강조되는 있는 전문성 담론이 바로 2천 년 전의 노예 계급의 그것으로 회귀하는 것임을 반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논어』의 신자유주의적 자본 논리의 비인간적 성격을 드러내는 구절로 읽는 것이 바로 오늘의 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
행정명령으로 백성을 이끌어가려고 하거나 형벌로써 질서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백성들은 그러한 규제를 간섭과 외압으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따르지 않습니다. 될 수 있으면 처벌받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부정을 저지르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와 반대로 덕으로 이끌고 예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입니다. 따라서 법에서 적극적 가치를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덕치주의는 법치주의에 비해 보다 근본적인 관점, 즉 인간의 삶과 그 삶의 내용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탕이 아름다움입니다
자하가 시경 위풍 석인 구절의 뜻을 공자에게 질문했다.
“‘아리따운 웃음가 예쁜 보조개, 아름다운 눈과 검은 눈동자, 소(素)가 곧 아름다움이로다’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림은 소(素)를 한 다음에 그리는 법이지 않은가.”
자하가 말했다. “예를 갖춘 다음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네가 나를 깨우치는구나! 더불어 시를 논할 수 있겠구나.”
이 대화의 핵심은 이를테면 미(美)의 형식과 내용에 관한 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소와 보조개와 검은 눈동자 같은 미의 외적인 형식보다는 인간적인 바탕이 참된 아름다움이라는 선언입니다.
미의 내용을 이루는 소(素)의 의미는 인간적 품성을 뜻합니다. 품성이란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도야되는 것이고 발현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를 상품화하는 문화 속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과장되기도 합니다. 심각한 것은 상품미학에 이르면 미의 내용은 의미가 없어지고 형식만 남게 됩니다. 디자인과 패션이 미의 본령이 되고 그 상품이 가지고 있는 유용성은 주목되지 않습니다.
미(美)는 글자 그대로 양(洋)자와 대(大)자의 회의(會意)입니다. 양이 큰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입니다.
고대인에게 생활의 물질적 총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기는 먹고, 털과 가죽은 신고, 기름은 연료로, 뼈는 도구가 됩니다. 그러한 양이 무럭무럭 크는 것을 바라볼 때의 심정이 바로 아름다움입니다.
그 흐뭇한 마음, 안도의 마음이 바로 미의 본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언하면 ‘아름다움’이란 우리말의 뜻은, ‘알 만하다’는 숙지(熟知)성입니다. ‘모름다움’의 반대이구요. 오래되고, 잘 아는 것이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미의 본령을 그 외적 형식으로부터 인간관계의 문제로 되돌려놓는 『논어』의 이 대화는 인간관계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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